철학, 역사를 만나다.
안광복 저
철학이라는 단어는 단어 그 자체만으로 우리에게 무게감을 준다. 누군가에게 철학이란 따분하고, 이해하기 어렵고, 고리타분한 학문이다. 더구나 공학도에게는 철학은 더욱더 멀리할 수 밖에 없는 학문이기도 하다. 나에게도 철학은 여느 사람들처럼 가까이하기겐 쉽지 않은 그런 존재였다. 하지만, 불혹을 넘어서면서 나의 존재에 대한 물음과 같은 실존 자체에 대한 생각을 수없이 하곤했다. 물론 20대 30대에도 철학 책에 대해 흥미를 아주 조금은 가지고 있긴 했지만, 적어도 그 때는 따분하고 어렵고 필요 없는 분야였다.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서양 철학 역사 책을 찾아 보려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철학과 역사의 만남. 제목 자체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나라에 흔하지 않은 고등학교 철학 선생님이다.
"나는 철학을 학문으로 배웠다. 그러나 철학은 삶의 방법(Way of Life)이었다."
작가는 이 두 문장으로 이 책에 담긴 문제 의식을 갈무리한다. 그렇다. 철학은 누군가에게는 학문이지만, 또 많은 이들에게는 삶의 방법이다. 루소의 사상이 없었다면 프랑스 혁명은 한낱 폭동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고, 실존주의가 없었다면 68운동도 그저 히피들이 벌인 해프닝 정도였으리라. 아랍권의 자스민 혁명, 우리나라의 촛불 혁명도 시대의 철학이 함께 한 것이다. 큰 시대의 흐름에는 언제나 시대의 철학이 함께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이유로 삶의 방법인 철학을 독자들에게 좀 더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역사를 더해서 독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읽는 내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앎의 즐거움은 물론이거니와 철학이 주는 촌철살인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17세기, 이성의 빅뱅 시대를 열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너무나도 유명한 이 말은 데카르트가 한 말이다.
데카르트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수학을 학문의 모델로 삼았다. 어떤 편견도 이성과 논리의 학문인 수학에서 확실하고 엄밀한 학문의 모델을 보았기 때문이다. 데카르트의 이러한 믿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사회 분위기상 자신의 신념으로 목숨을 걸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때는 종교재판에서 이단으로 몰리면 화형대에 올라 불타 죽어야 했던 시대이기 때문이다. 데카르트는 안전한 곳을 찾아, 춥고 얼음으로 뒤덮인 스웨덴으로 가게 된다. 학문에 관심이 많은 스웨덴 여왕 크리스티나가 데카르트를 철학 과외 선생으로 초청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데카르트는 초청된 지 1년 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고 한다. 데카르트는 병약한 몸으로 오전 11시까지 늦잠을 자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왕은 맑은 정신으로 공부 하기 위해 새벽 5시부터 철학을 가츠려 줄 것을 부탁했다고 한다. 북국의 차디찬 새벽 공기는 데카르트에게는 치명적이어서, 결국에는 폐렴으로 숨을 거두게 된 것이다. 한 시대의 흐름을 바꾼 철학자였지만 그의 죽음은 허무하기 짝이 없다.
데카르트가 떠난 이후로 얼마지나지 않아, 데카르트의 철학은 유럽을 평정하게 된다. 문학과 역사보다 수학을, 시나 사상보다 과학교육을 중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데카르트의 철학은 이 후로, 스피노자, 라이프니츠로 이어지는 대륙 합리론이라는 커다른 학파를 낳았고, 영국의 베이컨은 관찰과 실험을 중시하는 학풍인 영국 경험론을 낳았다. 대륙 합리론과 영국 경험론은 17세기 이후 서양의 근대를 지배한 양대 철학이었다. 데카르트의 철학이 결국에는 오늘날의 과학 기술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 철학자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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