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피용(Le Papillon Des Etoiles)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것으로 밤이 시작하고 이것으로 아침이 끝난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달을 쳐다볼 때 보인다.
파피용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프랑스 천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2007년에 발행된 소설이다. 이 소설은 요트 챔피언 엘리자베스 말로리와 천재 우주과학자 이브 크라메르의 악연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실수로 엘리자베스를 반신불구로 만들어버린 이브 크라메르는 자책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우연히 돌아가신 아버지의 논문을 발견한다.
그 논문으로 빛 입자 에너지를 이용하여 움직일 수 있는 우주선 개발을 착안한다. 엄청난 거부 맥 나마라를 만나 이 프로젝트를 실행하게 되고, 우주선의 선장(키잡이)을 엘리자베스로 정한다.
그런데 이 우주선은 보통 우주선이 아니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이다. 소설 속의 지구인은 전쟁과 범죄, 혐오, 전염병 등으로 더 이상 희망이 없어 보인다. 이에 이브를 비롯한 우주선 프로젝트 팀은 지구 탈출을 계획을 가지며,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새로운 지구를 찾아 나설 신체, 정신이 건강한 14만 4천 명을 선발한다. 이 우주선 안에는 모든 동물, 식물을 암수 짝을 맞춰 태운다. 물론 사람도 남녀 1:1 비율로.. 그야말로 노아의 방주다.
그렇게 그들은 희망이 없는 지구를 탈출한다. 지구에서 출발할 때는 애벌레 모양이었던 파피용호는 추진 로켓을 분리한 후, 궤도에 오르면서 천으로 되어 있는 돛(날개)을 편다. 마치 우주 속을 날아가는 한 마리의 나비처럼...
지구를 탈출한 나비인(파피용호를 탄 사람들을 나비인이라고 부른다)은 비폭력적이고 박애적이며, 젊고 여러 방면으로 뛰어난 인재를 데리고 왔기 때문에, 우주선 내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새로운 지구를 찾아 나서는 그들은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우주선 내에서 마을을 꾸미고 각자의 임무에 따라 14만 4천 명이 평화롭게 살아가는데....
사람이 모이면 항상 의견이 같을 수 없고, 영원히 서로룰 아끼며 사랑하며 살아갈 순 없나 보다.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영원히 법이 필요 없을 것만 같았던 나비인들에게도 작은 법이 생겨나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좌파, 우파, 중도파로 나비인들도 파가 나뉘게 되고... 그들이 희망이 없다고 떠나온 지구인들처럼 서로 혐오하며 싸우며, 전쟁을 일으킨다.
그렇게 1200년의 시간이 흐르고... 파비용호에는 남자 다섯 명, 여자 한 명, 총 6명만 살아남는다. 6명은 생명이 살 수 있는 새로운 지구를 찾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1200년 동안 나비인끼리 싸우면서, 다른 행성으로 갈 수 있는 착륙선이 단 한대밖에 없다. 그 착륙선은 단 2명만 탈 수 있다. 새로운 지구에서 종족 번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자는 무조건 탑승해야 하고, 다섯 명의 남자 중에 한 명만 착륙선에 탈 수 있다. 여자(엘리자베트15)는 남자 아드리엥18을 선택해서 최종적으로 그 두 사람이 새로운 지구로 가게 된다.
새로운 지구에는 다행히 물이 있다. 그리고 그리 깨끗하지 않지만 공기도 있다. 다행히, 숨 쉴만한 공기다. 새로운 지구에는 공룡들이 살고 있지만, 이내 인간들이 가지고 온 감기 바이러스로 인해 모두 멸망하게 된다. 두 남녀는 파피용 프로젝트 설계자인 새로운 행성 정착 지침서에 따라, 부화기를 이용해 새로운 지구에 생명을 뿌리내리도록 한다. 개미도 만들고, 토끼도 만들고, 뱀, 사자, 코끼리, 그리고 과일나무, 식물 등 생명을 탄생시킨다.
이 둘도 생명을 만들기 위해 사랑을 나누지만, 그게 잘되지 않는다. 그리고 두 남녀는 서로 싸워서 헤어지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는 뱀에 물려 사망하게 된다. 이제 남자 혼자 남았기 때문에 종족 번식이 불가능해진 것을 알고 깊은 좌절감에 빠져 있는 아드리앵. 부화기를 통해 사람의 탄생도 시도해보지만, 잘 되지 않는다. 다시 이브 크라메르가 남긴 지침서를 보고, 사람의 탄생도 가능한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 방법은 바로, 자신의 갈비뼈 하나를 떼어서, 부화 촉매제로 쓰는 것이다. 그야말로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이다. 그렇게 기적적으로 여자 아이가 태어나는데...
이 책을 읽으면, 누구든 노아의 방주를 떠올릴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세상의 일은 돌고 도는 불교의 윤회사상도 떠올릴 수 있다. 인간은 지나간 과오를 씻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려 하지만, 결국에는 그 세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파피용호의 나비인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환멸을 가지고 지구를 떠났지만, 결국에는 그들이 떠나온 지구와 똑같은 곳으로 변해 버리고 만다.
어떤 면에서 천국의 도시를 꿈꾸는 인간들에게 지옥의 도시는 필요악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베르베르가 이 책을 통해 보여 주는 것은 인간의 가능성, 그리고 동시에 인간의 한계이다. 인간은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인간은 유한하며 이기적인 존재다. 그러기 때문에 유토피아 이면에는 지옥과 같은 어두운 면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런 어두운 면이 있기 때문에 인간은 희망을 꿈꾸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파피용. 무조건 강추. 읽는 내내 나의 머릿속에 파피용호와 나비인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들이 생각하는 유토피아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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